“이마랑 코는 번들거리는데, 볼은 당기고 건조해요.”
“저는 기름도 많은데 속건조도 있어요.”
대체로 복합성 피부인 분들이 하시는 말씀인데요.
이해를 쉽게 하게끔 말씀드리려고, 건성, 지성, 복합성 피부가 있다라고 설명드릴 때가 많긴 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복합성 피부는 하나로 딱 고정된 타입이라기보다, 얼굴이라는 지도 위에서 부위마다 값이 다른 상태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내 피부 타입이 뭘까’라는 질문을 ‘내 얼굴의 어느 부위가 어떤 상태일까’로 바꿔서 이야기해볼게요.

피지는 원래 부위마다 다르게 나옵니다
피부과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해 온 사실이 하나 있어요. 피지가 얼굴 전체에 균일하게 나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피지샘의 밀도와 활성이 부위마다 다르거든요.
이마와 코를 잇는 이른바 T존은 피지샘이 조밀하고 활발해서 유분이 많은 편입니다. 반대로 양 볼을 지나는 U존은 피지샘이 상대적으로 적어요.
그래서 유분이 덜하고, 그만큼 건조하거나 당김을 느끼기 쉽습니다.
‘한 얼굴 = 한 값’이라는 전제 자체가, 실제 피부와 잘 맞지 않는 셈이죠.
같은 세안제, 같은 스킨케어를 얼굴 전체에 똑같이 쓰는데도 어떤 곳은 여전히 번들거리고 어떤 곳은 계속 당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복합성 피부는 예외가 아니라 ‘기본값’에 가까워요
어떤 특정 몇분만 이렇게 복합성 피부인 게 아니라, 오히려 이런 피부가 더 흔합니다.
오히려 완벽하게 균일한 피지 분포를 가진 얼굴이 드물거든요. 그래서 부위별 편차가 있는 상태가 대다수 얼굴의 자연스러운 기본값에 더 가깝습니다.
실제로 여러 문헌에서도 이 상태는 가장 흔하게 보고되는 피부 상태로 꼽힙니다.
다만 가장 흔한 만큼 정의가 모호하다는 점이 늘 숙제였어요. 지성과 건성은 그래도 ‘많다/적다’로 설명이 되는데, 그 사이 어딘가라고만 말하면 기준이 서지 않으니까요.

한 얼굴을 ‘부위별로 나눠서’ 잰 연구들
앞선 1편에서 소개해드린 서울대 연구(Youn 등, 2002)는, 사람들이 스스로 말하는 피부 타입과 실제 측정된 피지량이 잘 맞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프랑스 연구팀(Le Fur 등, 1999)에서는 볼과 이마를 각각 나눠서 생체공학 기기로 비교하는 연구를 발표했었는데요.
이렇게 부위를 분리해서 재는 접근이 의미가 큽니다. “이 사람은 무슨 타입인가?”라는 질문을, “이 부위는 어떤 상태인가?”로 바꿔 놓았으니까요.
측정의 단위가 ‘사람’에서 ‘부위’로 내려온 것. 사실 이 지점이 이번 이야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서울대 연구팀이 제안한 객관적 정의
같은 연구팀의 후속 연구(Youn 등, 2005)는 복합성 피부를 좀 더 또렷하게 정의해보려 했습니다.(연구 원문: PubMed)
같은 참가자들의 얼굴 다섯 부위에서 1년간 계절별로 피지를 측정했는데요. 그 결과 이마·코·턱은 양 볼보다 피지 분비가 확실히 많았습니다.
연구팀은 T존과 U존의 상태가 서로 엇갈리는 경우를, 사람들이 흔히 ‘복합성’이라 부르는 것과 가깝다고 봤어요. 그리고 이를 판별하는 규칙을 제안했습니다.
한 계절 반짝 어긋나는 게 아니라, 여러 계절에 걸쳐 반복적으로 엇갈릴 때를 기준으로 삼자는 제안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감’이 아니라, 부위별 측정으로 설명될 수 있는 상태라는 거죠.

‘공간’뿐 아니라 ‘계절’로도 움직입니다
이 후속 연구가 던진 메시지가 하나 더 있어요. 피부 타입이 고정된 라벨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계절에 따라 부위별 피지 지도가 바뀌었거든요. 특히 여름에 피지 분비가 가장 많았습니다.
T존과 U존의 편차도 계절 따라 커졌다 작아졌다 했고요.
유전처럼 평생 고정된 값이 아니라, 환경과 시기에 따라 흔들리는 값이라는 뜻이에요.
그래서 여름에 내린 판단을 겨울까지 그대로 끌고 가면 어긋날 수 있습니다. 반대도 마찬가지고요.
‘한 번 정해 둔 내 타입’보다, 지금 이 계절의 내 얼굴 지도를 다시 그려보는 편이 훨씬 정확합니다.
복합성 피부 케어는 얼굴 전체가 아니라 부위별 지도로
결론적으로 이건 ‘섞인 타입’이 아니라 ‘부위별 편차’입니다.
그렇다면 한 제품을 얼굴 전체에 똑같이 바를 필요도 없어요.
번들거리는 T존은 유분과 모공 중심의 관리가, 당기는 U존은 수분과 장벽 중심의 관리가 자연스럽습니다.
실제로 부위별 편차가 큰 분들의 볼은 건성에 가까운 장벽 특성을 보이기도 하거든요. 한 얼굴 안에서도 필요가 갈리는 겁니다.
물론 이런 접근이 모든 분께 똑같은 결과를 가져다주지는 않습니다. 피지 분비량, 장벽 상태, 계절, 생활 환경에 따라 개인차가 크니까요.
‘나는 복합성’이라는 라벨을 붙이기보다, 어디가 번들거리고 어디가 당기는지를 부위 단위로 파악하는 것.
거기서부터 케어가 시작됩니다.

Take-home Message
- 복합성 피부는 지성·건성과 나란한 ‘제3의 타입’이 아니라, 한 얼굴 안의 부위별 편차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 피지샘의 밀도와 활성은 부위마다 다릅니다. T존은 많고, U존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 피지 분비는 계절에 따라 변하며, 여름에 가장 많은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 케어의 단위도 ‘얼굴 전체’가 아니라 ‘부위’로 내려오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다만 반응에는 개인차가 있습니다.
그리고, 흔히 궁금해하시는 것들
Q1. 복합성은 지성인가요, 건성인가요?
둘 중 하나로 나누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T존은 지성에 가깝고 U존은 건성에 가까운, 부위별로 값이 다른 지도에 가깝거든요. 그래서 하나의 라벨을 고르기보다 부위별로 나눠 보는 편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Q2. 볼이 건조한데도 트러블이 생기는 이유가 뭘까요?
피부 표면이 건조하다고 해서 모공 문제가 없는 건 아니거든요. 여드름·트러블은 피지 하나만이 아니라 여러 요인이 겹쳐서 나타납니다. 그래서 ‘건조하니까 괜찮겠지’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워요.
Q3. 피지가 많으면 무조건 여드름이 생기나요?
그건 또 아닙니다. 피지는 여드름과 관련된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 유일한 원인은 아니에요. 실제로 여드름 환자군의 피지량이 대조군보다 많았지만, 피지량과 병변 개수가 비례하지는 않았다는 연구 보고도 있습니다. 개인차가 큰 영역입니다.
Q4. 집에서 제가 복합성인지 확인해볼 수 있을까요?
세안 후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상태에서, 몇 시간 뒤에 부위별로 살펴보세요. T존과 U존의 번들거림·당김이 서로 다르게 느껴진다면 부위별 편차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정확한 평가는 기기 측정을 통해 이뤄집니다.
Q5. 계절이 바뀌면 피부 타입도 바뀌나요?
측정 결과만 놓고 보면, 계절에 따라 부위별 피지량이 달라진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특히 여름에 피지 분비가 가장 많았고요. 그래서 환절기마다 내 얼굴 지도를 다시 확인해보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Q6. 그럼 제품을 두 가지로 나눠 써야 하나요?
반드시 그래야 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T존과 U존의 필요가 다르다면, 보습 제형을 볼 중심으로 얹거나 유분 관리 제품을 T존에만 부분적으로 쓰는 방식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Q7. 유분이 많은 T존에는 보습이 필요 없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유분과 수분은 서로 다른 축이라서, 번들거리는 부위가 동시에 건조할 수도 있어요. 이 부분은 2편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Q8. 부위별 피지 측정은 어디서 받을 수 있나요?
피부 상태 측정 장비를 갖춘 피부과에서 상담 시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측정값은 참고 지표이며, 해석은 진료 맥락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시리즈를 이어가며
지금까지 이 시리즈는, 자가진단의 한계(1편), 피지와 수분의 분리(2편), 피지와 장벽의 분리(3편), 그리고 오늘 부위별·계절별 편차(4편)까지 짚어왔습니다.
‘지성/건성/복합성’이라는 단순한 3분류를 하나씩 풀어헤쳐 온 거죠.
마지막 편에서는 이 조각들을 다시 모아볼게요. 피부를 여러 개의 독립된 축으로 나눠 보는 현대적 분류 체계, 그리고 기기 측정이 제시하는 구체적인 기준선까지 정리하며 시리즈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여드름·피지와 관련된 환자용 설명 자료는 미국피부과학회(AAD)에서도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참고 문헌
- Youn SW, Kim SJ, Hwang IA, Park KC. Evaluation of facial skin type by sebum secretion: discrepancies between subjective descriptions and sebum secretion. Skin Res Technol. 2002;8(3):168–172.
- Youn SW, Na JI, Choi SY, Huh CH, Park KC. Regional and seasonal variations in facial sebum secretions: a proposal for the definition of combination skin type. Skin Res Technol. 2005;11(3):189–195.
- Youn SW, Park ES, Lee DH, Huh CH, Park KC. Does facial sebum excretion really affect the development of acne? Br J Dermatol. 2005;153(5):919–924.
- Le Fur I, Lopez S, Morizot F, Guinot C, Tschachler E. Comparison of cheek and forehead regions by bioengineering methods in women with different self-reported “cosmetic skin types”. Skin Res Technol. 1999;5(3):182–188.
이 글은 의료법과 보건복지부 의료광고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구체적인 치료 계획이나 진단은 담당 의료진과 충분한 상담 후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도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